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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법학과 코인경제학] ⑨ 모두가 불행한 보이스피싱 실무
일반인이 흔히 생각하는 ‘사기’ 범죄는 ‘1인의 사기꾼(가해자)이 피해자를 속여 피해자의 금전을 교부받아 편취하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전기통신금융사기는 피해자를 속여 금전을 편취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편취한 금전을 세탁하여 해외로 빼돌릴 때까지의 과정이 전기통신금융사기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입법자들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사기’의 일종으로 나이브하게 파악한 나머지,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실무상 문제점을 완전히 간과한 채, 예컨대 ‘피해자가 1억원을 사기당했다면 그 1억원을 동결해서 돌려주면 되지’ 수준의 안일한 판단으로 현재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었다. 실무상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자는 여러 명이고, 인간 대포통장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세탁책·인출책 가해자는 수 명에서 수십 명이다. 피해금 1억원은 코인으로 환전되거나, 상품권 구매에 소비된 채 그 상품권이 다시 누군가에게 전달되거나, ATM에서 인출되어 실물로 이동하다가 다시 어딘가로 입금되는 등, 무궁무진한 과정을 거쳐 해외로 빠져나간다. 이런 과정을 한두 번만 거치면, 최초로 편취된 금액은 수십 가닥으로 쪼개져 원형을 알 수 없게 되고, 이러한 한 과정에 위치한 은행이나 코인 거래소는 사건의 전말 파악을 할 수 없게 된다.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처음으로 기획한 가해자 ‘갑’은 해외에 있고, 피해자 A와 피해자 B가 각각 1억 원, 5천만원씩 편취당했다고 가정하자. 세탁책인 ‘을’은 합계 1억 5천만 원을 본인의 코인계좌로 받아 이를 3000만 원씩 3번에 걸쳐 코인을 구매해 다른 인출책 ‘병’의 코인지갑으로 이체했다. 병은 이렇게 이체받은 9000만원어치의 테더코인을 다시 전액 매도하여 본인의 은행 통장으로 현금을 이체했고, ATM기에서 4000만 원을 실물 현금다발로 인출하여 해외로 넘겼고, 나머지 5000만 원을 추가로 인출하려다가 현장에서 검거당했다. ‘갑’은 4000만 원을 맛있게 취득하였다. 해외로 넘어가 찾을 수 없게 된 돈은 4000만원이다. ‘을’의 코인계좌에는 6000만원이 남아 있다. ‘병’의 은행 계좌에는 5000만원이 남아 있다. 코인거래소는 ‘을’ 명의 계좌에 남은 6000만원을 A와 B 중 누구에게, 얼마씩 돌려주어야 하는가? 은행은 ‘병’ 명의의 계좌에 남은 5000만원을 A와 B중 누구에게, 얼마씩 돌려주어야 하는가? 당신이 코인거래소와 은행 법무팀 사내변호사라고 생각하고 답해본다면 답은 명백한데, 누구에게도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사건의 전말은 오직 수사기관만 알고 있으니, 형사사건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이 가장 타당한 결론이고, 이를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적극적으로 행동했다고 상급 기관에서 봐줄 일도 없고, 최악의 경우에는 담당자의 사비를 털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건의 전말을 아는 수사기관에게 전적인 비난이 귀속되는 것이 타당한가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니다. 거래소에 대한 감독권은 수사기관이 아닌 금융위원회에 있다. 위 사례에서 ‘을’ 명의 계좌에 남은 6000만원과 ‘병’ 명의의 계좌에 남은 5000만원을 누구에게 얼마씩 돌려주어야 할지 최종적으로 판단할 권한이 수사기관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은 원래 주인을 기다리면서 영원히 묶이게 되고, 심지어는 가해자가 ‘그거 내 돈 아니니 빨리 주인 좀 찾아달라’고 요구해도 아무도 손써주지 못하는 극한의 대치상황이 한없이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우리의 형사법실무는 이를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우회하여 해결하고 있는데, 바로 ‘을’과 ‘병’의 사비(보통은 ‘을’과 ‘병’의 가족의 사비가 된다)를 털어 A, B와 민·형사상 합의를 하도록 종용하는 것이다. 합의나 공탁 없이는 실형을 선고받을 것이 명백하니, 사비를 털어 1억원, 5천만 원을 가져와서 갚는 것이 급선무가 된다. 거래소에 원래 주인을 기다리는 수천만 원 단위의 돈이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더 희극적인 부분은 나중에 ‘갑’이 어떠한 경위에서든 검거되면, ‘갑’은 돈 한 푼 쓰지 않고 피해자 A와 B에 대한 피해회복이 완료된 점을 정상 변론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부분이다. 가장 중한 죄를 지은 사람이 가장 적은 돈을 써서 정상 참작을 받는 것이다. 이런 기형적인 상황에서는 보통 ‘입법적 공백’을 찍으면 그게 정답이다. 법을 만들어 시행하기 전에는 법이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집행될지 선제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는데, ‘돈을 빨리 묶어서 돌려주면 되겠네’ 수준의 문제의식만으로 구멍투성이 법을 만들어 놓았으니, 엉성한 법조문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는 상황만 생겨도 실무담당자들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일하는 척은 해야겠는데 ‘어떻게’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결과다.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미 시행중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의 연계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실제 현장에서 가상자산이 문제되는 곳들을 입법부에서 제대로 긁어 주기를 희망한다.
이재윤 변호사
[변호사의 눈] 언론중재법 개정과 표현의 자유, 그 섬세한 균형
최근 국회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논의되면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된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급증한 허위조작정보의 폐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의도적으로 조작된 허위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공정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사실을 보도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실제 손해액의 3배에서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합니다. 둘째, 정정보도청구권을 강화합니다. 명백한 허위사실의 경우 더 신속한 정정보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습니다. 셋째, 언론사의 사실 확인 의무를 강화하여 보도 전 충분한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치도록 합니다. 개정안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이를 “국민의 명예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봅니다. 허위사실 보도로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가 법원에서 승소하더라도 받는 배상액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수준에 불과한 반면, 허위보도로 인한 정신적 피해와 사회적 손실은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 특히 일부 인터넷 매체는 선정적인 제목과 검증되지 않은 내용으로 클릭 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올리는 데만 급급하고, 피해자가 정정을 요구해도 형식적으로만 응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이러한 악의적 행위에 대한 강력한 억제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반대측에서는 이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언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무엇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권력자나 재력가들에 의해 비판적 언론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거액의 손해배상 위험이 상존한다면 언론사들이 공익적 취재와 보도를 꺼리게 될 수 있으며, 특히 중소 언론사나 탐사보도 전문매체의 경우 한 번의 패소로도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져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할 우려가 큽니다. 또한 '허위사실'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보도 시점에는 진실로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지만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 해석과 의견이 다를 수 있는 사안 등에서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법원이 사후적으로 허위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언론사는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결국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표현의 자유와 명예권을 조화롭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허위조작정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법 개정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든, 우리 사회가 건강한 언론 생태계와 책임 있는 정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언론사 스스로 높은 윤리의식을 갖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자율적인 오보 시정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국민들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허위정보를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언론중재법 논쟁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동시에 그 자유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어떤 책임이 따라야 하는지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립보다는 대화를, 규제보다는 자율을 추구하되, 국민의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성숙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해답일 것입니다. 
김상구 변호사
[의정부파수꾼의 법생각] 학교 폭력 사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최근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들을 상대로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는 폭로가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폭로만으로도 유명인에게 매우 큰 타격이 생기는 만큼 학교 폭력에 대한 이슈가 민감해진 요즈음입니다.학교는 또래 집단이 상호 유대관계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또래 집단을 통해 사회 생활을 배우고 성장해 나가기도 합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학교 폭력이라는 사건에 휘말려 아이가 상처를 입게 된다면 매우 경계해야 하는 일일 것입니다.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한 학교 폭력에 대한 올바른 조치가 더욱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학교 폭력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1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호 피해학생 및 신고ㆍ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호 학교에서의 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처분(의무교육과정에 있는 가해학생 제외)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폭력을 대하는 변호사로서의 자세는 기본적으로 당장에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된 학생의 힘듦과 괴로움을 헤아리고, 가해자가 된 학생에게 부당한 징계가 내려지지 않고 반성과 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우선일 것입니다.그럼에도 부모의 시각에서, 한창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기인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살펴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못된 개입은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요. 특히, 쌍방에게 책임 있는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 일방에게 책임을 묻거나,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는 이유로 상대 아이를 비방하면, 명예훼손의 문제까지 발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결국 원만한 해결을 위한 제3자의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며 사실관계와 법령 검토를 할 수 있는 역할로서의 변호사 또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 폭력 사건이 문제되는 경우, 학교폭력관리위원회에 출석하여 변론을 진행할 때에는 변호사와 동행하여 사실관계에 대하여 진술할 수 있습니다.학교는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사실관계 파악에 그다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학교를 위한 결과에 치중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학교 폭력 사건은 일반 징계 절차 또는 형사 절차와는 달리 그 당사자들이 미성년자라는 특이점이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학교 폭력 문제는 다루기 까다로운 면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절차 진행을 할 수 있는 경험 있는 전문 조력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나아가 학교 폭력을 이유로 적절하지 않은 처분이 내려진 경우, 학교폭력관리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향후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에까지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 의견을 제시할 때에는, 법령 검토를 해 전문적으로 의견을 서술할 수 있는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학창 시절이 학교 폭력이라는 글자로 얼룩지지 않기 위해 충분하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임정란 변호사
[변호사의 눈] 국정감사의 본질과 권력 견제: 실질적 감시기능 회복을 위하여
매년 10월이 되면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를 점검합니다. 헌법 제61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이 제도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핵심적인 헌법기관 간 균형장치입니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서 쏟아지는 고성과 설전, 정파적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국정감사는 단순한 정치적 행사가 아닙니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행정부의 권한 행사를 감독함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헌법적 장치입니다. 권력분립의 원칙은 권력의 집중을 막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자의적 권력 행사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국정감사는 이러한 견제와 균형의 핵심 수단으로, 행정부의 예산 집행과 정책 수행이 적법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지 검증하는 제도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국정감사는 본래의 취지에서 상당히 멀어져 있습니다. 감사장은 정파 간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고, 실질적인 정책 검증보다는 정치적 공격과 방어가 주를 이룹니다. 야당은 여당 정부의 실정을 공격하는 기회로, 여당은 정부를 방어하는 자리로 인식하면서 정작 국민이 원하는 행정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은 뒷전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제도적 한계에서도 기인합니다. 국정감사는 통상 20일 이내의 짧은 기간에 정부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깊이 있는 검증이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또한 감사 결과에 대한 처리와 후속조치가 미흡하여 감사 지적사항이 제대로 시정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더 큰 문제는 전문성의 부족입니다. 복잡한 행정 영역과 전문적 정책 사안을 다루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전문지식이 필요하나, 현실에서는 준비 부족과 정치적 목적이 앞서면서 본질적 감시기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정감사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지원을 확대하고, 필요시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제도화하여 정책과 예산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감사 기간과 방식의 실질화가 필요합니다. 통상 20일이라는 기간은 정부 전체를 제대로 감사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연중 상시 감사 체계를 도입하거나, 중점 감사 대상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형식적인 서면질의와 답변보다는 실질적인 자료와 현장확인을 강화해야 합니다. 나아가 감사 결과에 대한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지적사항에 대한 시정명령의 이행을 점검하고, 불이행시 제재 수단을 마련하는 등 감사의 실효성을 담보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감사 결과는 예산 심의와 연계하여 실질적인 행정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더불어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국정감사가 정파적 이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한 제도임을 명확히 하고, 여야가 협력하여 실질적인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협치의 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정감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견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소중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하지만 제도의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도가 본래의 취지대로 작동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실현됩니다. 국정감사가 정쟁의 도구가 아닌 실질적인 권력 견제 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 모두의 자세 변화와 함께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법률가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권력분립과 견제·균형의 원칙은 특정 정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국정감사가 그 헌법적 본질을 회복할 때, 우리의 민주주의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김상구 변호사
[의정부파수꾼의 법생각] 맥주 한 잔 정도는 문제 없다 생각하고 운전했는데 적발됐어요, 어떡하죠?
최근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비교적 강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러한 방향으로 법 또한 개정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도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아졌는데요.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적 사회인이라면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사회적 해악을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음주운전 사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운전이나 음주가 그 자체로 일상적인 행위이고, 특별히 범죄전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술을 마셨지만 조심해서 운전하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안일하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음주운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현실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런 범죄전력 없이 성실한 사회구성원으로 지내오던 평범한 사람들도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혹은 ‘술을 마신 후 몇시간 가량 지났고 잠도 잤으며 거리가 가까우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여전히 상당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사건의 처벌 수위는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내려지게 됩니다. 특히 혈중알코올농도가 높거나 운전 거리가 길었던 경우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선처를 받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양형자료 준비가 매우 중요합니다. 음주운전 양형자료로 반성문, 탄원서, 사회봉사 활동 내역서, 음주운전 재발방지 교육 이수증 등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반성문에는 반복 음주 여부, 당시 상황, 후회와 반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며, 진정성 있게 표현되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가족, 직장 동료, 지인 등 사회적 유대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의 탄원서는 형량 감경 사유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생계 유지, 직업상 운전 필수성 등을 강조하면 더욱 도움이 됩니다. 처벌 선고 전 자발적으로 사회봉사를 하거나 계획 중임을 입증하면, 반성 및 재범 방지 의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음주운전을 했다면 위 내용을 참고하여 대비하면 좋을 듯합니다. 
임정란 변호사
[의정부파수꾼의 법생각] 모욕죄로 고소당했다고 갑자기 연락받았어요, 어떻게 하죠?
일상생활에서 혹은 SNS에서 흔히 비속어 또는 욕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이는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모욕은 모멸적인 언어로 타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다만 단순히 무례한 언사에 불과한 것은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데, 최근 ‘지린다’라는 표현은 모욕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모욕적인 언사를 하여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나아가 모욕의 대상이 특정되어야 하며, 공연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대상의 특정과 공연성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경우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으나 명예훼손죄와 달리 모욕죄는 친고죄에 해당합니다.즉, 모욕을 당한 당사자의 고소가 없다면 검사는 ‘공소권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게 됩니다.따라서 가사 고소를 한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합의를 하여 고소를 취하하게 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은 게임 채팅이나 커뮤니티 게시글 등으로 모욕을 당하거나 모욕을 하였다면 형법상 모욕죄에 근거해 형사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모욕죄로 고소를 하기 위해 고소인으로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거나 모욕죄로 고소를 당해 피의자로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인데요.형사사건은 일단 시작되면 결코 만만히,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가 아니므로 반드시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특히 섣불리 합의를 진행하려 한다거나 형량이 가벼울 것으로 생각하고 무작정 조사를 받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모욕이라는 행위가 중대한 범죄 행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시고 먼저 법률상담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임정란 변호사
[알고리즘 시대의 법생활] 검찰개혁, 명분도 균형도 잃어버리다
“검찰개혁”은 지난 2~30년 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기 진영논리에 이용되면서 본질적 개혁과제와 점점 거리가 멀어져 왔다. 이 네 글자는, 마치 정치 담론의 감초처럼 방송화면마다 눈에 띄고 언론의 첫머리를 장식해왔지만 그 거창해 보이는 표제어 뒤에는 정작 실질적인 제도개선 노력도, 입법적 정교함도, 국민 눈높이에 맞춘 설계도 없었다. 실제로는 정권의 교체 때마다 구호로 새겨졌을 뿐, 제도와 철학은 뒷전이었다. 문제의 진단은 있었으되, 해법의 설계는 없었고, 명분은 넘쳤지만 실행은 미비했다. 정략과 구호 속에 올바른 개혁은 실종된 채, 국민의 신뢰만 점점 퇴색돼 왔다. 그리하여 이제는 검찰을 개혁한다는 명분 아래, 수사기관으로서의 기능 자체를 해체하고, 수사권을 완전히 경찰 또는 별도 기구에 넘기는 입법의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과연 헌법 원리와 사법체계의 정합성에 부합하는가?현 여권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같은 별도 수사기구에 수사권을 이전하는 법안이 추진됐으며, 심지어 ‘검찰청 폐지’까지 공언해 오다가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급진적 개편은 ‘권한 분산’이라기보다 ‘기능 제거’에 가깝고, 법치주의적 원칙과 국민의 권리보호 체계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단순한 기능의 나눔이 아니라, 실제로는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사법적 과정이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기소만 담당하게 되면, 부실 수사에 대한 시정이나 책임소재의 분명한 귀속이 어렵다. 경찰은 내부 견제구조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므로 수사권의 전면적 이전은 또 다른 권력의 집중을 초래할 수 있으며, 검찰보다 더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 또한 공수처의 경우에도 검찰 외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얼마나 취약한 지를 보여준다. 대통령이 처장을 임명하고, 절대다수 여당의 추천이 그대로 반영되는 공수처는 정치적 사건의 처리에 있어 중립적 역할을 하기보다, 편향적 영향과 판단 아래 놓여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출범 이후 공수처의 수사 대상 선정과 기소 여부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무엇보다도 이른바 검찰개혁이 정권의 편가르기 논리와 결합될 때, 그 본래의 취지는 실종된다. 과거 조국 전 장관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청와대 인사라인 수사 등에서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고조되자, 그런 분위기에서 진영논리로 쏟아져 나온 검찰 관련 입법들이 정상적인 심의절차나 비판의견은 무시된 채 본회의에 일괄상정되어 통과된 졸속입법이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개혁이 '시민의 권리 보호'라는 헌법적 요청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 '정치 진영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공권력 재편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입법, 사법, 행정부의 많은 기능들 중 유독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세운 명분이 수사권 남용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정권들이 검찰 수사권을 이용하여 상대 진영을 무차별 공격해온 정치권력의 본질적 문제는 놔둔 채 검찰 개혁만 내세우는 정략적 접근 때문에 정말로 필요한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적 사례, 피의사실 공표, 정치적 편향성 등 제도적 정비와 윤리적 통제가 요구되는 지점들은 어느덧 관심 밖이 되었고 수사권은 오히려 새로 생겨나는 각 수사청에 집중되게 되었다. 이들을 사법적으로 견제하고 통제할 수단도 없다. 무엇을 개혁한 것인가? 진정한 검찰개혁은 검찰 무력화가 아니다. 사법제도의 한 축을 이루는 검찰의 기능을 완전히 해체하는 접근은 ‘개혁’이 아니라 ‘붕괴’다.민주적 법치주의의 핵심은 권력의 분산과 상호 견제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검찰의 권한을 축소한다면서, 그 권한 이동이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을 탄생시키지는 않도록 성찰함이 없이 진행되는 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또다른 사법 정의의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다.이 개혁이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치적 판도와 감정이 아닌, 제도적 정합성과 헌법 질서의 수호라는 원칙 위에서,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방안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특히 우리 법조인들은 스스로에게 자문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 개혁의 본질을 직시하고 있는가? 이 개혁이 정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길인가? 사법의 한 축을 구성하는 검사제도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지만,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와 기능의 정당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개혁의 방향이 무력화와 해체로 흘러가고 있다면, 그것은 단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의 독립성과 국민의 권리 보호라는 법치주의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이 글을 바치는 뜻도 다수 법조인들께, 그리고 법치를 아끼는 국민들께 드리는 시민으로서의 호소이다. 우리 스스로가 그동안 ‘수사권 남용’이라는 오류에 비판적이었던 것처럼, ‘입법권 남용’이라는 또 다른 오류에 대해서도 눈을 감을 수는 없다. 우리가 지켜야 할 대상은 정권도 진영도 아닌, 바로 헌법과 국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입법의 방향이 정말 올바른 것인지, 법조인은 물론 모든 국민이 제 안목과 목소리로 다시 성찰하고, 비판해야 할 시점이다
조영곤 변호사
[변호사의 눈] 대법관 증원 논의에서 찾는 사법 개혁의 해답
최근 정치권에서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사법부 개혁 논의가 뜨겁습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늘리자는 주장과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 논의를 통해 우리는 사법부 개혁의 본질적 방향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대법관 증원론의 핵심 근거는 업무 부담 경감과 다양성 확보입니다. 현재 대법원에는 연간 사건 수는 해마다 다르지만 최소 4만여 건의 사건이 접수되어 2023년 기준 대법관 1명당 연간 3300여 건을 처리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또한 현재 대법관 구성을 보면 대부분 판사 출신으로, 변호사, 검찰, 학계 등 다양한 법조 경험을 가진 인사들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 빅데이터, 플랫폼 경제 등과 관련된 새로운 법적 문제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대법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증원을 통해 더 폭넓은 관점과 경험을 사법 판단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증원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법부 독립성 훼손 우려가 큽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대법관 수를 조정할 경우, 특정 정권의 성향에 따라 사법부 구성이 좌우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루즈벨트 대통령의 대법관 증원 시도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해치는 '코트 패킹(Court Packing)'으로 비판받았던 역사가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인원 증가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사건에 대해 상고가 가능한 '자유상고제'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이나 독일은 '제한상고제'를 통해 중요한 사건만 다루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역할을 법령 해석과 중요 쟁점에 대한 판단으로 제한하고, 하급심에서 충분히 걸러진 사건만 상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관 증원 논의를 넘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법부 개혁의 근본 목적입니다. 그것은 국민에게 더 나은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법 접근성 개선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높은 소송 비용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법원 문턱을 높게 느끼고 있습니다. 온라인 소송 시스템을 확대하고, 국선 변호사 제도를 개선하며, 법률서비스에 대한 지역간·계층간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또한 판결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 작성도 중요한 과제입니다.사법부 구성의 다양성 확보도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대법관 증원 논의는 우리 사법제도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합니다. 성급한 결정보다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며, 단계적 접근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결국 사법부 개혁의 성공은 제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법부 스스로의 노력과 국민의 신뢰 회복에 달려 있습니다. 대법관 증원 논의를 계기로 우리 사법제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김상구 변호사
[사색의 창] AI 붐은 올까, 그리고 인간은 무엇을 하게 될까
인공지능(AI)은 202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이미 ‘붐’이라 불릴 만한 흐름 속에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 2023)는 생성형 AI의 급속한 도입이 기업 생산성을 2030년까지 연간 최대 4조 달러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증기기관, 전기와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이 산업과 일자리를 송두리째 재편했듯 AI는 단순히 일부 업무를 지원하는 보조 수단을 넘어 인간 노동의 구조적 재편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AI 붐”은 이미 시작됐다. 다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전면적 대체의 국면까지 닿았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가능할까?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 미래 보고서’(2020)는 2025년까지 현재 일자리의 43%가 자동화 기술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 역시 97백만 개가 새롭게 창출될 것이라 덧붙였다. 2025년 현재 그 전망은 상당 부분 맞아떨어져 자동화 및 고용창출이 실현되고 있다. 단순 반복적인 육체 노동이나 규칙 기반의 사무 처리는 앞으로도 점차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방 ‘일하지 않는 사회’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술 진보와 사회 제도의 결합 여부는 커다란 과제가 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와 북유럽 일부 학계에서는 ‘일하지 않는 사회’를 ‘기본소득(UBI)’실험과 연결해 논의한다. 2017년 핀란드의 기본소득 시험에서, 일정 소득을 무조건 지급받은 참여자들은 ‘실업률 개선’보다는 ‘삶의 만족도 향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일을 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가 가능하다는 작은 단서를 제공한다. 다만 ‘전체적인 경제구조와 세제 재분배 체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가능할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 만약 AI가 인간을 대신하면 인간은 무엇을 할까? 과거 산업혁명기의 ‘기계가 노동자를 대체하면, 인간의 자리는 줄어들 것이다’라는 예측은 결과적으로 절반만 맞았다. 방적기와 증기기관이 수많은 육체 노동을 밀어냈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새로운 분야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결국 고용 총량은 늘어났다. AI 역시 같은 궤적을 걷고 있는 듯하다. AI와 인간의 고용에 관해 학계의 대표적인 논의는 ‘보완효과와 대체효과’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보완효과(Complementary Effect)는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와 창의 영역’을 강조하는 업무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직업군을 확장시킨다고 보고, 대체효과(Substitutive Effect)는 단기적으로는 노동 시장 충격을 불가피하게 만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영역은, AI가 쉽사리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 특유의 능력이다. 예컨대 돌봄·감정노동, 창의적 기획, 인간적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조직 운영 등이다. 미래의 인간 일자리는 ‘효율’보다 ‘관계와 의미’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AI 붐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이미 오고 있다. 기술적 차원에서는 놀라운 속도로 사회를 재편하고 있지만 정치·경제·사회적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라는 안일한 말로 안도해선 안 된다.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 중에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명확하게 특정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래에 중요한 질문은 “AI가 사람을 대신하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AI를 이용하여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류제범 법무 상담실장
[사색의 창] “우리는 마케팅에 속고 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건 정말 좋아요! 찐이에요, 찐!” SNS를 보다 보면 알고리즘에 의해 나오는 광고들이 있다. 제품 소개부터 후기까지 한 번에 소개하는 광고를 멍하니 보게 되고 ‘한 번 사볼까?’라는 충동구매의 유혹에 빠진다. 바로 그 순간에 이 글을 떠올리면 좋겠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여러 마케팅 방법 중에 유독 소비자를 기망하는 형태의 마케팅이 있다. 필자가 손에 꼽는 기망 마케팅은 노이즈 마케팅, 스텔스 마케팅, 허위·과장 마케팅, (가짜)바이럴 마케팅이다. 마케팅 업계 일부에서는 자주 쓰고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인정받지는 못하는 유형들, 자세하게 뜯어보자.노이즈 마케팅은 고의적으로 논란이나 구설수를 만들어 소비자의 관심을 받아 인지도를 올리는 방식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논란이 생기면 ‘무슨 일이야?’라며 관심을 보이고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니 어떤 방향이든 효과는 있는 것 같다.주요 타겟은 유행에 민감하거나 호기심 많은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정보가 퍼지는 추가적인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노이즈 마케팅은 브랜드 신뢰도를 걸고 하는 도박이 될 수도 있으므로 그나마 양반이라고 생각한다.스텔스 마케팅에는 흔히 PPL이라고 부르는 간접광고도 있고 마케터가 소비자를 가장하여 후기를 남기는 유형도 있는데, PPL이야 산업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소비자를 가장하는 행위는 소비자 기망 유형 마케팅으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신중한 소비자는 물건을 사기 전에 후기를 여럿 읽어보며 비교하기 마련인데, 그 후기 자체를 조작해버리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도 후기를 비교하며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샀는데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최대 XX% 할인!” 이라는 문구를 본 적 있는가? 주로 동네마트 전단지에서 볼 수 있는데, 꼭 숫자는 크게 강조하고 글자는 작게 써놓는다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그리고 막상 가보면 그리 싸지 않다는 것 또한 불변의 법칙이다.이건 허위·과장 마케팅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실제로 최대 할인을 하는 품목은 극소수 혹은 제한적인 물량이고 그 외의 품목은 할인율이 낮거나 기존 판매가를 높인 후 할인을 하여 결국 제 값을 받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허위·과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정도는 이제 속지도 않는다. 정확히는 정말 그정도로 할인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개인적으로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가짜 바이럴 마케팅. 본래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것은 소비자의 자발적 공유로 입소문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 가짜가 붙으면 더 이상 바이럴 마케팅이 아닌 것이다. SNS나 블로그에서 체험단이라며 홍보하는 것도 여기에 속하는데, 체험단 광고를 할 때는 어떤 내용을 필수적으로 넣어야 한다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써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해본 사람은 어떤 조건이 붙는지 잘 알 것이다. 가짜 바이럴 마케팅이 진실된 리뷰의 진정성마저 훼손한다며 ‘찐후기’, ‘내돈내산’이라는 차별화된 키워드가 나타났으나 조금씩 잠식당하는 추세에 있다.이번 칼럼은 온라인에서 프라이팬을 구매했으나 품질에서 실패한 분노를 담아 작성했다. 그 전에도 고양이 모래, 의복, 화장품 등 분노할 일이 많았다. 매번 신중했다고 자신하지만 스텔스 마케팅에 속은 적도 있고, 몇 날 며칠을 검색하다가 고민 끝에 구매버튼을 눌렀는데 당한 적도 있다. 필자도 결국 마케팅에 속는 소비자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는 속지 말자는 취지로 분석 및 작성을 했지만, 글쎄, 과연 어떨지.
류제범 법무 상담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