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칼럼

[의정부 파수꾼의 법생각] 근로자에 대한 징계,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을까요?칼럼 작성자 이미지
노란봉투법의 시행으로 인해 노사관계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칼럼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징계’에 관하여 주목해보아야 할 판례를 비교 분석해보려 합니다. 상반된 두 대법원 판결, 무엇이 달랐나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21962 판결은 11년 근속 근로자를 징계해고한 사안에 대해, 사용인인 기업은 노동위원회, 행정소송을 거쳐, 민사소송 1심, 2심, 마침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습니다. 해고는 정당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9두40260 판결은 업무지시를 거부한 근로자를 징계했음에도, 이 징계를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사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왜 하나는 이기고 하나는 졌을까요? 이 차이를 들여다보면, 노사관계 분쟁에 관한 해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체적 위법행위와 징계 정당성의 기준2010다21962 판결에서 회사는 대기발령, 업무 배제, 집기 회수, 따돌림, 퇴직종용 등으로 근로자를 압박했습니다. 이것은 부당한 처우였습니다. 고등법원은 이를 인정하여 근로자의 부적절한 행동이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았고, 따라서 해고가 과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회사의 부당한 처우가 선행했더라도, 근로자의 행위가 단순한 '항의'나 '불만 표현'이 아니라 복무질서를 근본적으로 문란하게 하는 실체적 위법행위라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릅니다. 대법원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실체적 위법행위에는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구제명령과 ‘신뢰 보호’가 만든 결과의 차이그런데 2019두40260 판결은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노동위원회가 복직 등의 구제명령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복종해야 할 공법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정처분입니다. 회사는 구제명령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회사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했습니다. 근로자가 구제명령을 신뢰하여 이를 거부하자, 회사는 직무명령 불이행이라며 징계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징계를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11년 판결의 근로자는 협박, 폭력, 신뢰파괴라는 위법행위를 했습니다. 반면 2023년 판결의 근로자는 법적 근거인 구제명령을 신뢰하여 적법하게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이 차이가 결론을 갈랐습니다. 기업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실무 기준많은 기업이 묻습니다. “나중에 행정소송에서 이겨서 구제명령이 취소되면? 그때는 업무지시 거부를 이유로 징계할 수 있지 않나?” 대법원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구제명령이 이후 취소되더라도, 그 효력이 유지되던 당시 근로자의 행위를 곧바로 징계 사유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근로자가 법적 판단을 신뢰하고 행동한 이상, 그 신뢰는 보호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회사에게 중요한 실무 지침을 줍니다. 구제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이를 존중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에 반하는 업무지시와 징계는 향후 분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징계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그 판단이 달라진다는 점을 사용자 측에서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임정란 변호사

[데스크 칼럼] "중독은 설계인가, 선택인가" …청소년 SNS 중독’ 책임 재판 본격 시작칼럼 작성자 이미지
이틀 사이에 두 개 법원의 판결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24일, 뉴멕시코주 법원 배심원단은 메타가 아동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며 약 5천614억 원의 벌금을 내라고 평결했다. 메타가 피해 가능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안전보다 이익을 택했다는 것이 배심원단의 판단이었다. 메타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은 첫 사례였다. 그 다음 날인 25일, 캘리포니아 법원에서도 평결이 나왔다. 6세에 유튜브를, 9세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한 소녀의 이야기였다. 십 대를 화면 속에서 보낸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우울증과 신체장애. 그녀는 그것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였다고 믿었고, 플랫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 달이 넘는 재판과 9일간 40시간 이상의 심의 끝에, 배심원단은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까지 증인석에 세운 재판이었다. 메타와 구글은 총 600만 달러, 약 90억 원을 배상하라는 평결을 받았다. 미국 전역에서 약 2천 건의 유사 소송이 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플랫폼은 더 이상 중립의 뒤편에 설 수 없다플랫폼 기업들은 오랫동안 스스로를 ‘중립적 매개자’로 불러왔다. 콘텐츠는 사용자가 만들고 선택하는 것이고, 자신들은 그 사이를 잇는 통로일 뿐이라는 논리다. 이번 재판에서도 유튜브는 자신을 소셜미디어가 아닌 스트리밍 플랫폼이라고 강변했고, 메타는 원고의 정신건강 문제가 SNS와 무관한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그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천 알고리즘, 무한 스크롤, 알림 설계. 이 구조들이 이용자를 붙잡아두고, 결국 중독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책임의 무게가 콘텐츠에서 설계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설계의 목적’을 묻는 새로운 법적 프레임이번 판결이 겨냥한 것은 사용 시간이 아니었다. 왜 그렇게 설계했느냐는 물음이었다. 원고 측은 플랫폼이 이용자를 머물게 하기 위해 구조를 짰고, 그 결과로 중독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오래된 제품 책임 논리와 닮아 있다. 결함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있다는 것. 중독은 본인이 가장 늦게 안다. 그리고 그 늦음이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번 소송이 드러낸 핵심이다. 알고리즘이 취약성을 파고들지는 않았는지, 청소년 보호 설계가 충분했는지, 체류를 극대화하는 구조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은지. 이 질문들이 규제 논의를 넘어 플랫폼의 사업 구조 자체를 압박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 미디어 역시 예외가 아니다이 판결의 시선은 SNS 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체류 시간으로 수익을 만들어온 모든 디지털 서비스가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뉴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기준은 얼마나 오래 붙잡아뒀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붙잡아뒀느냐가 될 것이다. '참여'와 '중독'의 경계가 법의 언어로 다뤄지기 시작하면, 콘텐츠 산업이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때가 온다. 책임은, 결국 설계로 향한다메타는 두 판결 모두에서 항소를 예고했다. 구글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 판결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꽤 선명하다. 이용자의 선택을 말하던 자리에, 이제는 그 선택을 만들어낸 구조를 묻는 목소리가 들어서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기술이라는 이름 뒤에 서 있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자신들이 만든 구조가 사람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그 설명과 책임을 함께 요구받는 시대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용어설명 Design Liability(설계 책임)설계책임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결함이 제조 과정이 아닌 설계 단계에서 비롯됐을 때 기업에 묻는 법적 책임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추천 알고리즘·무한 스크롤 같은 플랫폼 구조 자체가 중독을 유발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됐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 됐다. 기존에는 자동차·의약품 같은 물리적 제품에 주로 적용됐으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디지털 서비스 설계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송해연

[변호사의 눈] 사법개혁 3법의 빛과 그림자칼럼 작성자 이미지
2026년의 봄이 찾아왔지만, 법조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법관 증원법이 통과되면서, 앞서 처리된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제 도입을 포함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입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법들은 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가 비상계엄과 탄핵, 새 정부의 출범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법의 지배’라는 가치가 이번 입법을 통해 시민의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냉철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법 왜곡죄는 판사·검사 등 형사사건에 관여하는 사법기관 종사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 적용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입법 취지는 명확합니다. 권력기관이 법을 도구화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법 집행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률가의 시각에서 이 조항의 핵심 문제는 구성요건의 불명확성에 있습니다. 법 해석과 적용은 본질적으로 재량의 영역을 포함합니다.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두 법관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음은 법학의 기본 전제입니다. 법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으면, 판결이나 수사 결과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고소·고발의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습니다. 소신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할 법관이 사후적 처벌을 두려워해 스스로 판단을 위축시키는 이른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는 사법 독립의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법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구성요건의 명확화와 엄격한 해석 기준의 확립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재판소원제는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법원의 판결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한 시민에게 또 하나의 구제 통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보호의 범위가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이 가져올 법체계적 충격은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본질적으로 재판소원제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대해 헌법재판소라는 또 다른 기관의 심사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3심제 위에 추가 심사 단계가 더해져 사실상 4심제 도입에 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확정된 법률관계가 언제든 재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는 법치주의 핵심 가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합니다. 더욱이 연간 수만 건에 달하는 확정판결 중 헌법소원이 남발될 경우, 이미 적지 않은 부담을 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어 심각한 지연과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심판 대상의 엄격한 한정과 각하 기준의 명확화가 제도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입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은 세 법안 중 실무적으로 가장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변화입니다. 상고 사건이 매년 수만 건에 이르고, 사건의 성격에 따라 상고심이 수개월에서 1년 이상까지 걸리는 현실에서, 대법관 증원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최고법원이 더욱 다양한 사회적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법관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다만 우려는 임명 과정에서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 집중됩니다. 단기간에 12명의 대법관을 추가로 임명하게 되면, 그 임명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와 국회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법부 구성에 과도하게 반영될 위험이 있습니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 개개인의 독립뿐 아니라 법원 구성 자체의 탈정치성에서도 담보됩니다. 대법관 후보 추천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임명 절차에 실질적인 국회의 견제 기능을 부여하는 보완 장치의 마련이 이 조항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선결 과제입니다. 세 법안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사법개혁의 방향성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법 왜곡죄는 사법 권력의 책임성을, 재판소원제는 기본권 구제의 실질성을, 대법관 증원은 재판의 신속성과 다양성을 지향합니다. 그 목적 자체는 헌법이 요구하는 가치에 부합합니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핵심이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가 아니라 ‘법의 지배(Rule of Law)’에 있음을 이번 입법의 설계 과정에서 얼마나 깊이 고려했는지는 진지하게 물어야 합니다. 법은 권력자의 의지를 관철하는 수단이 아니라 권력을 제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개혁의 취지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 취지를 실현하는 제도가 오히려 사법의 독립성을 훼손하거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한다면 이는 법치주의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 됩니다. 이번 사법개혁 3법이 정쟁의 결과물로 역사에 기록될지, 아니면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지는 이 법들을 운용하는 법조인들의 헌법적 가치 존중과 시민들의 깨어 있는 감시에 달려 있습니다. 법률가로서 기대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2026년의 사법 개혁이 단순한 제도 변화를 넘어, 평범한 시민이 일상에서 부당함을 겪었을 때 법이 진정으로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김상구 변호사

[의정부 파수꾼의 법생각] 근로자에 대한 징계,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을까요?칼럼 작성자 이미지
노란봉투법의 시행으로 인해 노사관계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칼럼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징계’에 관하여 주목해보아야 할 판례를 비교 분석해보려 합니다. 상반된 두 대법원 판결, 무엇이 달랐나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21962 판결은 11년 근속 근로자를 징계해고한 사안에 대해, 사용인인 기업은 노동위원회, 행정소송을 거쳐, 민사소송 1심, 2심, 마침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습니다. 해고는 정당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9두40260 판결은 업무지시를 거부한 근로자를 징계했음에도, 이 징계를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사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왜 하나는 이기고 하나는 졌을까요? 이 차이를 들여다보면, 노사관계 분쟁에 관한 해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체적 위법행위와 징계 정당성의 기준2010다21962 판결에서 회사는 대기발령, 업무 배제, 집기 회수, 따돌림, 퇴직종용 등으로 근로자를 압박했습니다. 이것은 부당한 처우였습니다. 고등법원은 이를 인정하여 근로자의 부적절한 행동이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았고, 따라서 해고가 과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회사의 부당한 처우가 선행했더라도, 근로자의 행위가 단순한 '항의'나 '불만 표현'이 아니라 복무질서를 근본적으로 문란하게 하는 실체적 위법행위라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릅니다. 대법원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실체적 위법행위에는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구제명령과 ‘신뢰 보호’가 만든 결과의 차이그런데 2019두40260 판결은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노동위원회가 복직 등의 구제명령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복종해야 할 공법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정처분입니다. 회사는 구제명령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회사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했습니다. 근로자가 구제명령을 신뢰하여 이를 거부하자, 회사는 직무명령 불이행이라며 징계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징계를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11년 판결의 근로자는 협박, 폭력, 신뢰파괴라는 위법행위를 했습니다. 반면 2023년 판결의 근로자는 법적 근거인 구제명령을 신뢰하여 적법하게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이 차이가 결론을 갈랐습니다. 기업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실무 기준많은 기업이 묻습니다. “나중에 행정소송에서 이겨서 구제명령이 취소되면? 그때는 업무지시 거부를 이유로 징계할 수 있지 않나?” 대법원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구제명령이 이후 취소되더라도, 그 효력이 유지되던 당시 근로자의 행위를 곧바로 징계 사유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근로자가 법적 판단을 신뢰하고 행동한 이상, 그 신뢰는 보호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회사에게 중요한 실무 지침을 줍니다. 구제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이를 존중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에 반하는 업무지시와 징계는 향후 분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징계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그 판단이 달라진다는 점을 사용자 측에서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임정란 변호사

[데스크 칼럼] "중독은 설계인가, 선택인가" …청소년 SNS 중독’ 책임 재판 본격 시작칼럼 작성자 이미지
이틀 사이에 두 개 법원의 판결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24일, 뉴멕시코주 법원 배심원단은 메타가 아동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며 약 5천614억 원의 벌금을 내라고 평결했다. 메타가 피해 가능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안전보다 이익을 택했다는 것이 배심원단의 판단이었다. 메타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은 첫 사례였다. 그 다음 날인 25일, 캘리포니아 법원에서도 평결이 나왔다. 6세에 유튜브를, 9세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한 소녀의 이야기였다. 십 대를 화면 속에서 보낸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우울증과 신체장애. 그녀는 그것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였다고 믿었고, 플랫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 달이 넘는 재판과 9일간 40시간 이상의 심의 끝에, 배심원단은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까지 증인석에 세운 재판이었다. 메타와 구글은 총 600만 달러, 약 90억 원을 배상하라는 평결을 받았다. 미국 전역에서 약 2천 건의 유사 소송이 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플랫폼은 더 이상 중립의 뒤편에 설 수 없다플랫폼 기업들은 오랫동안 스스로를 ‘중립적 매개자’로 불러왔다. 콘텐츠는 사용자가 만들고 선택하는 것이고, 자신들은 그 사이를 잇는 통로일 뿐이라는 논리다. 이번 재판에서도 유튜브는 자신을 소셜미디어가 아닌 스트리밍 플랫폼이라고 강변했고, 메타는 원고의 정신건강 문제가 SNS와 무관한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그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천 알고리즘, 무한 스크롤, 알림 설계. 이 구조들이 이용자를 붙잡아두고, 결국 중독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책임의 무게가 콘텐츠에서 설계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설계의 목적’을 묻는 새로운 법적 프레임이번 판결이 겨냥한 것은 사용 시간이 아니었다. 왜 그렇게 설계했느냐는 물음이었다. 원고 측은 플랫폼이 이용자를 머물게 하기 위해 구조를 짰고, 그 결과로 중독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오래된 제품 책임 논리와 닮아 있다. 결함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있다는 것. 중독은 본인이 가장 늦게 안다. 그리고 그 늦음이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번 소송이 드러낸 핵심이다. 알고리즘이 취약성을 파고들지는 않았는지, 청소년 보호 설계가 충분했는지, 체류를 극대화하는 구조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은지. 이 질문들이 규제 논의를 넘어 플랫폼의 사업 구조 자체를 압박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 미디어 역시 예외가 아니다이 판결의 시선은 SNS 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체류 시간으로 수익을 만들어온 모든 디지털 서비스가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뉴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기준은 얼마나 오래 붙잡아뒀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붙잡아뒀느냐가 될 것이다. '참여'와 '중독'의 경계가 법의 언어로 다뤄지기 시작하면, 콘텐츠 산업이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때가 온다. 책임은, 결국 설계로 향한다메타는 두 판결 모두에서 항소를 예고했다. 구글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 판결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꽤 선명하다. 이용자의 선택을 말하던 자리에, 이제는 그 선택을 만들어낸 구조를 묻는 목소리가 들어서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기술이라는 이름 뒤에 서 있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자신들이 만든 구조가 사람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그 설명과 책임을 함께 요구받는 시대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용어설명 Design Liability(설계 책임)설계책임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결함이 제조 과정이 아닌 설계 단계에서 비롯됐을 때 기업에 묻는 법적 책임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추천 알고리즘·무한 스크롤 같은 플랫폼 구조 자체가 중독을 유발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됐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 됐다. 기존에는 자동차·의약품 같은 물리적 제품에 주로 적용됐으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디지털 서비스 설계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송해연

[변호사의 눈] 사법개혁 3법의 빛과 그림자칼럼 작성자 이미지
2026년의 봄이 찾아왔지만, 법조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법관 증원법이 통과되면서, 앞서 처리된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제 도입을 포함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입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법들은 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가 비상계엄과 탄핵, 새 정부의 출범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법의 지배’라는 가치가 이번 입법을 통해 시민의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냉철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법 왜곡죄는 판사·검사 등 형사사건에 관여하는 사법기관 종사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 적용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입법 취지는 명확합니다. 권력기관이 법을 도구화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법 집행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률가의 시각에서 이 조항의 핵심 문제는 구성요건의 불명확성에 있습니다. 법 해석과 적용은 본질적으로 재량의 영역을 포함합니다.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두 법관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음은 법학의 기본 전제입니다. 법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으면, 판결이나 수사 결과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고소·고발의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습니다. 소신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할 법관이 사후적 처벌을 두려워해 스스로 판단을 위축시키는 이른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는 사법 독립의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법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구성요건의 명확화와 엄격한 해석 기준의 확립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재판소원제는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법원의 판결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한 시민에게 또 하나의 구제 통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보호의 범위가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이 가져올 법체계적 충격은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본질적으로 재판소원제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대해 헌법재판소라는 또 다른 기관의 심사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3심제 위에 추가 심사 단계가 더해져 사실상 4심제 도입에 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확정된 법률관계가 언제든 재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는 법치주의 핵심 가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합니다. 더욱이 연간 수만 건에 달하는 확정판결 중 헌법소원이 남발될 경우, 이미 적지 않은 부담을 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어 심각한 지연과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심판 대상의 엄격한 한정과 각하 기준의 명확화가 제도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입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은 세 법안 중 실무적으로 가장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변화입니다. 상고 사건이 매년 수만 건에 이르고, 사건의 성격에 따라 상고심이 수개월에서 1년 이상까지 걸리는 현실에서, 대법관 증원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최고법원이 더욱 다양한 사회적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법관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다만 우려는 임명 과정에서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 집중됩니다. 단기간에 12명의 대법관을 추가로 임명하게 되면, 그 임명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와 국회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법부 구성에 과도하게 반영될 위험이 있습니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 개개인의 독립뿐 아니라 법원 구성 자체의 탈정치성에서도 담보됩니다. 대법관 후보 추천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임명 절차에 실질적인 국회의 견제 기능을 부여하는 보완 장치의 마련이 이 조항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선결 과제입니다. 세 법안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사법개혁의 방향성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법 왜곡죄는 사법 권력의 책임성을, 재판소원제는 기본권 구제의 실질성을, 대법관 증원은 재판의 신속성과 다양성을 지향합니다. 그 목적 자체는 헌법이 요구하는 가치에 부합합니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핵심이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가 아니라 ‘법의 지배(Rule of Law)’에 있음을 이번 입법의 설계 과정에서 얼마나 깊이 고려했는지는 진지하게 물어야 합니다. 법은 권력자의 의지를 관철하는 수단이 아니라 권력을 제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개혁의 취지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 취지를 실현하는 제도가 오히려 사법의 독립성을 훼손하거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한다면 이는 법치주의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 됩니다. 이번 사법개혁 3법이 정쟁의 결과물로 역사에 기록될지, 아니면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지는 이 법들을 운용하는 법조인들의 헌법적 가치 존중과 시민들의 깨어 있는 감시에 달려 있습니다. 법률가로서 기대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2026년의 사법 개혁이 단순한 제도 변화를 넘어, 평범한 시민이 일상에서 부당함을 겪었을 때 법이 진정으로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김상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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